부동산 이야기/부동산 소설

초보의 부동산 매수기 - (1) 첫 임장

염소아빠 2020. 11. 18. 22:19

 

 

누구나 인생에 첫 부동산 매입을 하는 순간이 있을 것이다. 나 또한 첫 부동산을 매입하는 순간이 있었고, 시행착오라는 미명 하에 내지 않아도 될 많은 수업료와 기회비용을 날려야 했다. 이 글은 내가 부동산을 매입하면서 느꼈던 것을 통해 다른 사람은 나와 같은 시행착오를 겪지 않길 바라는 마음으로 쓴다.

 

 

(1) 첫 임장


당시에 나는 결혼한 지 만 1년이 지난 신혼이었고, 전세 계약의 만기 또한 약 1년 정도를 남겨두고 있던 때였다. 아이를 갖게 되면 좋은 집에서 기르고 싶다는 생각에 전세 계약이 끝남과 동시에 깨끗하고 오래 살 수 있는 집을 매입해서 이사를 가기로 와이프와 결정했었다. 우리는 마음에 드는 아파트를 결정하는데 적어도 3~4개월 정도 걸릴 것으로 보고 천천히 부동산 임장을 다니기로 마음먹은 상태였다.

내가 살던 동네에 항상 눈여겨보던 아파트 단지가 있었다. 이미 살고 있던 곳이 직장과 가까워 만약 이사를 간다면 저 아파트 단지로 가면 좋겠다고 항상 생각하던 터였다. 그래서 자연스럽게 우리의 첫 부동산 임장도 그 아파트 단지로 가게 되었다. 나와 와이프가 첫 임장을 나간 날, 우리는 그 아파트 단지 상가에 있던 이름 좋아 보이는 부동산에 무작정 들어갔다.

"저.. 아파트 단지 매물을 좀 구경하고 싶습니다."

내가 말하자 인상 좋은 사장님은 어서 자리에 앉으라며, 차는 무엇을 마시고 싶으냐 정성스럽게 물었다. 간단히 물 한잔 달라고 한 뒤 자리에 앉으니, 사장님이 물 두 컵을 떠주며 예산은 얼마며, 몇 평을 원하는지 조목조목 물어보기 시작했다. 간단히 답변하니 오늘은 시간이 늦어 내일 다시 오면 구경 갈 수 있는 매물을 준비해두겠다고 했다.

"알았습니다. 그럼 내일 다시 올게요. 다시 한번 말하지만 저희는 긴 시간을 두고 보고 결정하고 싶습니다." 라며 지금 당장 매수할 마음은 1도 없다는 것을 다시 한번 확인시키고 그 부동산을 와이프와 함께 나섰다.

다음날, 약속한 시간에 다시 그 이름 좋아보이는 부동산에 와이프와 찾아갔다. 인상 좋은 사장님은 어떻게 이렇게 시간을 딱 맞춰 오냐며 호들갑을 떨며 가게 열쇠를 주섬주섬 챙기더니 따라오라는 손짓을 했다. 처음 구경을 간 곳은 내가 말씀드렸던 그 아파트 단지가 아니었다. 내가 원했던 아파트 단지 옆에 있던 지어진지 4년밖에 되지 않은 '언덕 위 나라'라는 아파트를 먼저 가보자고 했다. 여러 매물을 구경해서 나쁠 것은 없다는 생각에 갔던 그 '언덕 위 나라' 아파트의 집은 매우 별로였다. '언덕 위 나라' 집주인 아주머니는 "아유, 이 집은 XX억 이하엔 팔지도 않을 거야. 난 아쉬울 거 하나도 없어. 여긴 더 오를 거야" 라며 연신 당신의 집에 대한 밑도 끝도 없는 부심을 뽐내셨다. 다른 걸 떠나서 집이 서향이었고, 아파트의 출입구도 단지 밖에 나있었으며, 집의 분위기도 매우 어두웠다.

 

 



그 집을 나서며 나는 와이프에게 '여긴 아닌 것 같아'라는 눈빛을 보냈고, 와이프도 그것에 동의하는 듯한 표정을 지었다.

부동산 사장님이 두번째로 우리를 데리고 간 곳은 우리가 처음부터 가보고 싶어 했던 그 아파트 단지의 13층 매물이었다. 우리가 도착하니 집의 현관은 우리가 올 것을 알고 환영한다는 듯이 활짝 열려 있었다. 부동산 사장님이 미리 문자를 보내 둔 것 같았다. 인기척을 느꼈는지, 아니면 엘리베이터 문이 열리고 닫히는 소리를 들어서인지 모르겠지만, 누군가가 우리더러 어서 들어오라고 경쾌하게 소리쳤다.

집에는 두 쌍둥이와 한 갓난 아이를 키우는 40대 초반 정도의 부부가 살고 있었다. 타워형 아파트임에도 불구하고 매우 밝은 내부 분위기가 인상적이었다. 집의 구조는 다음과 같았다. 현관을 들어가면 작은 방 두 개로 들어갈 수 있는 문이 나온다. 왼쪽으로 돌면 긴 복도가 있고 왼쪽에 화장실이, 오른쪽엔 부엌으로 통하는 문과 가벽이 나온다. 가벽을 따라 몇 발자국 걸으면 정면과 우측에 창이 나있는 발코니를 확장한 거실이 나오고, 왼쪽엔 안방이 있었다. 안방에는 드레스룸과 화장실이 더 있었고, 발코니도 있었다. 지은 지 7년이 된, 평범한 아파트였다.

평범한 아파트였으나, 왜인지 모르게 나와 와이프는 그 집이 마음에 들었다. 브랜드가 있는 고급 아파트는 아니었고, 공영 아파트였기에 최고급 인테리어는 아니었으나, 그래도 왜인지 모르게 그 집이 마음에 들었다. 집에 살고 있는 두 40대 부부도 편안해 보였고, 세 아이들도 행복해 보였다. 마치 나와 와이프의 미래 모습이 눈 앞에 펼쳐지는 것 같았다. 따뜻하고 평화로운 주말 오후에 여유로운 한 가정의 모습.

 

하지만 우리는 이 집을 계약할 것이라 생각하지 않았고, 여느 집을 구경 갈 때와 마찬가지로 슬쩍 한번 둘러보고 집주인에게 이것저것 궁금한 것을 물어본 뒤 10분 정도만에 집을 나섰다.

 


- 2화에서 계속됩니다.